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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양성 위암 환자 희망된 ‘이 약’… 1년 억대 약값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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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2 양성 위암 환자 희망된 ‘이 약’… 1년 억대 약값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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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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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다.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에 이어 발생 순위 4위인데 인구 10만명당 발병률은 미국의 10배 수준이다. 다행히 건강검진 덕분에 일찍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7.5%에 달한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위암의 5년 생존율은 6.7%에 불과하다. 폐암(11.5%), 대장암(20%)에서 전이가 발생했을 때보다 현저히 낮다. 게다가 전체 위암의 12~15%를 차지하는 허투(HER2·인간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양성 위암은 경과가 더 좋지 않고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암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허투 수용체가 암세포를 빠르게 분열시켜 공격적인 편이다. 그동안 허투 양성 위암의 특성상 마땅한 약도 없었는데 최근 3년 이상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약이 나왔다. 아직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고는 있지만 정부는 급여화를 검토 중이다.

1990년 임상강사로 위암 연구에 뛰어든 뒤 30여 년간 위암 환자를 치료해 온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은 진행이 많이 되면 살이 급격히 빠지거나 복수가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미리 발견하려면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라 교수에 따르면 위암은 빨리 발견하면 수술할 수 있지만 4기까지 진행되면 수술이 어려워 항암제를 쓴다. 위암은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가 잘 듣지 않아 대부분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한다. 암세포는 세포 분열을 위해 내 몸 안 온갖 것들을 끌어다 쓸 정도로 영악하다.

그는 “암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하는 단백질 수용체 중 하나가 ‘허투’다. 허투가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면 허투 양성, 그렇지 않으면 허투 음성”이라고 전했다. 허투가 많이 발현된 암세포는 일반 암세포보다 진행이 빠르고 공격적이다. 허투 양성 위암은 전체 위암의 약 20%다.

더군다나 허투 표적 치료제를 사용해도 허투가 발현되지 않은 일반 암세포가 남아 있어 암이 계속 진행된다. 그는 “허투 양성 위암 암세포의 이질성 때문인데 차 운전에 비유하면 허투라는 운전자 옆에 항상 보조 운전자(허투 음성 암세포들)가 있어 차가 계속 움직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진들은 연구 목적으로 여러 표적치료제를 활용해 봤다. 라 교수는 “환자 특성에 맞게 치료해야 한다”며 “전이성 위암 환자가 표준치료를 하면 평균 1년, 신약 개발로 허투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는 2년까지 생존이 연장된다”고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 허투 표적 항암제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결합한 새로운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나와 허투 양성 암세포와 음성 암세포를 동시에 없앨 수 있게 됐다.

특히 허투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가 3년 이상의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엔허투 같은 ADC는 암세포 타깃 항체와 세포독성 항암제의 효과를 동시에 지녀 기존 표적 항암제보다 치료 효과는 더 좋다. 또 세포독성 항암제가 암세포 근처에 가서 활성화돼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라 교수는 “치료 차수(시도 횟수)가 뒤로 갈수록 내성도 더 빨리 생기고 환자 상태도 나빠져 조금이라도 상태가 좋을 때 엔허투를 받는 게 중요하다. 3차 치료에서 6~7개월 이상 내성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며 “일찍 사용하는 데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 장기 기능이나 증상 발현 측면에서 호전됐다는 이야기”라며 “완전 관해에 도달해도 그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면 소용없는데 엔허투는 반응 유지 기간도 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약은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1년 약값이 최대 1억50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항암 치료 3차까지 갔다는 건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1차 치료로 몇 개월 더 사는 것과 3차 치료로 몇 개월 더 사는 건 큰 차이가 있다. 어떤 환자에게 쓰이는지, 환자 생명과 연관돼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면 급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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