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13일부터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맞붙는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상대를 기다렸고, 3위 LG는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를 벌인 끝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 두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맞붙은 건 2002년 한국시리즈(삼성 4승2패 승리)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삼성의 창단 첫 우승을 확정 지은 건 홈런이었다. 삼성은 6차전에서 6-9로 뒤진 9회말 이승엽의 동점 3점홈런에 이어 마해영의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2년 전 경기가 열렸던 ‘대구 시민구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의 홈구장은 8년 전부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바뀌어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그 당시의 대구 시민구장과 마찬가지로 ‘라팍’ 역시 KBO리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힌다는 점이 공통 분모다.
라팍의 좌우 펜스까지 거리는 99m, 중앙 펜스까지는 122.5m로 그리 짧다고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좌우 중간 펜스가 107m에 불과하다. 통상 가장 흔한 홈런 코스가 좌중간 혹은 우중간이기에, 홈런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장이다.
또 다른 작은 구장으로 꼽히는 인천 SSG 랜더스필드도 좌우 중간 펜스까지 115m이고, 부산 사직구장의 경우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5.8m에 불과하지만, 좌우 중간은 113m, 펜스 높이가 6m로 높다.
그간 좀처럼 홈구장의 특색을 살리지 못했던 삼성이지만 올해는 팀컬러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규시즌 185홈런으로 2016년 라팍 개장 이래 처음으로 팀 홈런 1위를 기록했다.
구자욱(33홈런)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며 타선을 이끌었고, 김영웅(28홈런)과 이성규(22홈런)는 오래된 ‘유망주 딱지’를 떼고 잠재력을 폭발했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베테랑 박병호는 KT 시절 단 3홈런에 그쳤으나 이적 후 20홈런, 이 중 라팍에서만 14홈런을 기록했다.
한 팀에서 4명이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건 정규시즌 우승팀 KIA 타이거즈와 삼성뿐이다. 여기에 강민호(19홈런), 이재현(14홈런)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8월에 합류한 외인 르윈 디아즈도 29경기에서 7홈런을 쏘아 올렸다.
라인업에서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만 7명에 달한다. 익숙한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기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하면 LG는 ‘소총 부대’에 가깝다. 정규시즌 팀 홈런이 115개로 뒤에서 두 번째에 그쳤다. 홈구장이 리그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이기에 장타보다는 정확도에 기반한 타격과 작전, 주루 등이 주요 득점 루트였다.
그러나 ‘라팍’에서 경기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LG 역시 라인업에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적지 않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32홈런을 폭발한 오스틴 딘을 필두로 문보경(22홈런), 박동원(20홈런), 오지환(10홈런) 등이 홈런 능력을 갖춘 타자들이다.
실제 LG는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원정(수원)에서 열린 3, 4차전에선 ‘빅볼’을 표방하며 많은 홈런을 뽑아냈다. 3차전에선 박동원과 오스틴, 4차전에선 김현수와 박해민이 각각 홈런을 때렸다.
염경엽 LG 감독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대가 치면 우리도 칠 수 있다”면서 “대구에서 ‘빅볼’ 할 수 있는 타자가 우리도 6명 정도는 된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LG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라팍’을 의식한 히든카드를 합류시키기도 했다. 바로 ‘우타 빅뱃’ 김범석이다.
만 20세의 젊은 타자 김범석은 등록 포지션인 포수보다는 타격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듬직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가 일품으로, 정규시즌에도 대타로 주로 기용되며 6홈런을 기록했다.
김범석의 파워라면 ‘라팍’에서도 충분히 홈런을 기대할 만하다. 경기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한방’을 기대할 대타 요원으로 높은 활용도를 보일 전망이다.
LG의 홈인 잠실에서도 2경기가 열리지만, 첫 2경기가 라팍에서 열리기에 3, 4차전의 잠실보다 중요성이 훨씬 크다. 라팍을 지배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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