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상승하면 특히나 조심해야 하는 감염병들이 있다.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여름철에 기승을 부리는 감염병 중에는 음식물을 매개로 한 감염병이 많다. 음식을 매개로 한 감염병이라면 모두 식중독을 떠올리겠지만, 우리에겐 생소해도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 될 감염병이 있다. 바로 A형 간염이다.
간이나 간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 간염은 A·B·C·D·E 형이 있다. 이는 바이러스 발견 시기에 따라 알파벳 순으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즉 같은 바이러스 간염이라고 하더라도 감염원에 따라 제각각 감염 경로나 경과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중 A형 간염은 혈액이나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B형, C형 간염과는 달리 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동현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에 더 흔한 B형, C형 간염처럼 만성화되지는 않지만 A형 간염 또한 안심할 수 있는 질병은 아니다. 바로 전염력 때문”이라며 “바이러스가 손에서 4시간이나 생존할 수 있다. 환경에 따라 수개월간 생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형 간염은 특히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기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교수는 “A형 간염은 감염 후 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증상이 전혀 없는 이 시기에 전염력이 가장 높은 특징이 있어 쉽게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고 정확한 감염원을 찾는 것도 어렵다”며 “정확한 감염원을 찾기 어려운 점 때문에 지난 2019년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조개젓의 유통으로 인해 한 해 1만 7000명이 넘는 역대 최다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신이 A형 간염에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도 초기 증상이 몸살감기와 비슷해 감염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의사들도 A형 간염을 의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발열, 오한, 매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전신피로 등 다른 급성 간염과 유사한 전신증상 이후 심해지면 황달, 짙은 오줌색 등 특징적인 증상이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A형 간염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A형 간염에 걸리면 원인을 치료하진 못하고 증세가 나아지는 대증요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보통은 증상 발현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1~2주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간혹 급격한 간 수치 증가로 전격성 간염으로 이어지면 응급 간이식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이는 아주 드문 경우”라고 했다.
이에 따라 의사는 간 기능이 스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간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을 늘려주는 것이 중요한데, 방법 중 하나로 앙와위(仰臥位)라고 하는 똑바로 눕는 자세가 있다.
이 교수는 “앙와위 자세로 안정을 취하면서 간내 혈류 순환을 돕기 위해 수액 치료를 진행한다”며 “또한 급성기 때는 절대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권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감염 후에는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심하게 앓은 후에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A형 간염은 치료제는 없지만 확실한 예방법이 있다. 바로 예방접종이다.
이 교수는 “A형 간염의 예방을 위해선 물 끓여 마시기, 음식 익혀 먹기, 올바른 손 씻기 등 일상 속 실천이 중요한데 이보다 더 중요하면서도 확실한 예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며 “A형 간염 예방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2회 진행하는데 접종을 완료하면 거의 100% 항체가 생겨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형 간염은 대개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에는 감염력이 줄고, 공기 중 감염이 아닌 물과 음식을 통해 감염이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위생 수칙만 잘 지킨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가장 저렴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예방접종을 적극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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