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고 본격 대권 행보에 나섬으로써 대선 열전이 사실상 개막됐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면서 “정쟁으로 나라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라며, “패권과 기득권을 청산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이루자”고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 선언은 경쟁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권교체’에 대응하는 캐치프레이즈다. 문 전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을 끝장내겠다는 의지를 ‘정권교체’에 담았다면, 반 전 총장은 지금의 국가혼란을 가져온 여야 전체의 행태를 종결시켜야한다는 의지를 ‘정치교체’로 제시한 것이다. ‘정치교체’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상징하는 야권의 비타협-투쟁노선도 포함된다.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는 정권만 바꾸자는 게 아니라 ‘국가 대개조’까지 그 프레임이 넓다. 그가 지난 6일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심포지엄에 참석,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대전환,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서 분명히 알 수 있다. 특히 “반칙과 특권과 부패에 대해선 ‘대청소’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정권교체’만 아니라 ‘세력교체’에 의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문 전 대표가 내세운 ‘대청소’의 단기적 목표는 이명박-박근혜 유산 제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실패로, ‘대한민국 굴욕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주장에서 잘 나타난다. “정권교체를 넘어 ‘경제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포함된다. 그가 최근 ‘삼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재벌의 하이에나식 경영에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한 것도 ‘대청소’의 일환이다.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는 모두 일리가 있다. 당장 듣기에는 ‘정권교체’가 자극적이고 선동적이다. 문 전 대표가 ‘대청소’를 들고 나온 것도 국민들의 폐부를 찔러 ‘변화’ 심리를 깨우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대청소’에는 우리 정치권의 치명적 문제인 ‘정치보복’의 냄새가 난다는 점에서 반론의 여지가 넓다. 더구나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신이다. 그런 문 전대표가 ‘대청소’를 말할수록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보복과 복수를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들고 나온 것도 그 틈새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교체’에는 문재인을 포함한 ‘친노’ ‘친문’의 패권까지 싸잡아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일 수도 있고, ‘정치교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절실한 것은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역대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반성’이다. 역대정부의 과오를 청산한다면서 그들과 똑같은 방법을 동원한다면 그 결말은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욕 하면서 배운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은 ‘정권교체’와 ‘정치교체’ 가운데 누가 진정 나라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또다른 노무현·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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