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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염병’-‘반기문 해코지’

2017-01-24     한동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사냥’. 지금 인터넷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해코지’하는 행위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야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지닌 네티즌들의 짓이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작은 실수도 놓치지 않고 꼬집고 물어 뜯고 있다.
그 정도가 아니다. 반 전 총장의 언행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작하거나 첨삭해 반 전 총장을 ‘이방인’ 또는 ‘외계인’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반 전 총장이 팽목항을 찾았을 때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게 일례다. 반 전 총장은 세월호 침몰 때 국내에 있지도 않았고, 세월호와 전혀 무관한데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반 전 총장이 인터넷에서 구설에 오른 15건을 검증한 끝에 그 가운데 7건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나머지도 ‘잘못’이라기 보다 단순 실수거나 ‘오해’에 가깝다는 결론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반 전 총장이 입국 때 인천공항에 “의전을 요구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예우를 요청한 사실조차 없다”고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을 헐뜯기 위한 괴담이다.
이밖에 반 전 총장이 “편의점에서 프랑스 생수를 집어 들었다” “선친 묘소 참배시 퇴주를 음복했다” “측근들이 패옥(敗屋)을 사전답사하면서 ‘민폐’를 끼쳤다” “현충원 방명록을 쓸 때 커닝했다” “충무공 이순신 고향이 광주라고 했다” “화재 현장에서 아이와 기념쵤영을 했다” “위안부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삿대질했다”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 중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퇴주 음복’ 괴담은 ‘퇴주·재배·음복’의 제례 절차를 거쳤지만 그 중 ‘재배’ 과정을 생략한 채 ‘퇴주·음복’ 장면만 편집해 반 전 총장을 예절 없는 후손으로 매도한 것이다. 악질적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지난 18일 여수 교동 수산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면서 아이와 사진을 찍은 일을 놓고도 SNS 등에서 “화재 현장에서 무슨 짓이냐”는 비난이 나왔지만 반 전 총장은 아이가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던 상황이었다. 이 또한 비열한 저의가 느껴진다.
‘반기문 헐뜯기’는 주로 야당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한다. 현충원 방명록 ‘커닝’ 논란은 진보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회원 ‘sXXXX’이 반 전 총장 행동을 비꼬는 내용의 글을 해당 사진과 첨부해 사이트에 올리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sXXXX’는 지난해 11월 문 전 대표의 군 복무 시절 회고글 발췌문 일부를 문 전 대표와 부인 김정숙 씨 사진과 함께 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비추어볼 때 문 전 대표에 호의적인 친 야당 계열 회원으로 추측된다.
또 ‘국기에 대한 논란’은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오XXXX’에 의해 최초로 올랐다. ‘오XXXX’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긍정적 글을 다수 올려왔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정청래 전 더민주당 의원은 ‘끝없이 펼쳐지는 반기문의 노답시리즈. 이제 웃프지도 않습니다’라고 반 전 총장을 조롱했다.
반 전 총장을 편들 이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나 10년 동안 국익을 위해 유엔에서 활동해온 반 전 총장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줄 정도의 가슴은 가져야 한다. 반 전 총장이 대권 도전에 나섰다지만 그는 소중한 인적자산의 하나다. 사소한 실수를 헐뜯고, 행동 하나 하나를 조작하거나 왜곡해 공격하는 행위는 결국 공격하는 사람의 인격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골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인터넷에 해코지하는 게 취미이자 직업인 사람을 누가 정상으로 볼 것인가. 우리나라가 왜 이토록 강퍅하고 살벌해졌는지 안타까울 뿐이다.